[창작]녹색의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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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이 대륙 동쪽 끝자락에 다양한 나라가 있다고 한다.
그 중 동쪽의 녹색마녀가 살고 있는 곳은 매우 아름답고, 초목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서쪽의 어딘가의 붉은 마녀와는 틀리게(정확히는 오직 그녀만이 제대로 된 색의마녀 사무실이 없다. 있긴한데 없다고 봐야한다.)제대로 된 마녀의 집무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곳을 찾아온 익명의 여행객이 있었다.
짙게 후드를 눌러쓴 방랑객은 마녀의 집무실 앞에 섰다.
그 입구에는 굵은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굵은 눈을 부라리며 들어오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4명의 투사들이 보였다.
이들 모두 나무로 만들어 진 것처럼 보이며 4명 모두 다른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냥 장식이 아닌가 싶었지만 오직 그들의 눈만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살아있는 마법생명체가 아닌가 싶었다.
이 수상한 여행객은 전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서 오직 빛나는 목걸이만이 그녀의 신분을 나타내는 듯이 보였다.
그녀가 움직이자 모든 투사들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바라보았다.
키득거리는 웃음을 숨기고 그녀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마녀의 집무실에 입장한 그녀의 앞에는 수많은 층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마을 같아 보이지만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를 배경으로 다양한 층과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볍게 펼쳐지는 눈 앞에서 수많은 전서구들이 발목에 종이와 스크롤을 매달고 날아들고 수많은 마녀들이 그 스크롤과 편지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있었다.
“푸른 마녀님에 대한 전언 어디다 뒀는지 아시는분!!”
“그거 윗 층으로 올라갔어요!”
“붉은 마녀님 동향에 대해서 보신분?”
“붉은 마녀님은 전담 그룹에 가셔야해요!! 다시 깨어나셨다고 해서 특별그룹으로 운용하라 하셨어요!”
“저기 신규 마녀 등록을 하러 왔는데..”
“신규 마녀 등록은 저쪽 동관으로 가셔야 해요.”
한마디로 아수라장 이었다.
수상한 여행객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자 저 멀리서 차려입은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서오세요. 저희 녹색의 마녀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친절하시네요.”
여행객은 가볍게 목례를 건내고 그녀를 따라갔다.
거대한 홀을 지나 말 그대로 정원과도 같은 방 앞에 도달했다.
그 앞에는 검은 사내들이 서있었다.
다른 투사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멋들어진 옷을 입고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YO. 시스터. 손님이야?”
“네. ‘전천하대장군’님.”
수상한 말투를 사용하는 사내가 물었다.
이 사내 역시 사람이 아닌 마법생명체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피부는 사람의 피부가 아닌 나무의 껍질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MASTER.가 요즘 기분이 않 좋아. 어제도 불쌍한 시스터 하나가 실려나갔어. 너도 BE 켈포. 오케이?”
“마녀님 심기가 않좋으시니 조심하라는 이야기 군요.”
“역시 대장 시스터. 이야기 잘통해. 그럼 어서 들어가봐.”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간 ‘전천하대장군’이라 불린 인물이 허리를 피자 여행객과 안내인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
우거진 숲 속을 헤치고 들어가자 빛이 쏟아져 내리는 한 가운데에 나무로 된 침대가 놓여있고, 수많은 넝쿨과 꽃들이 그곳을 감싸고 있었다.
우거진 나뭇가지마저 인위적으로 그것을 가리는 듯한 모습으로 자라난 상태였다.
“마녀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안내인이 가볍게 몸을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곧이어 수풀들이 그녀들이 지나온 길을 가리고는 천천히 움직였다.
“어디서 썩은 냄새가 난다 했더니 너였네?”
여행객이 뒤 돌았다가 다시 앞을 보자 어느샌가 침대위에 여인 하나가 누워있었다.
가볍게 몸을 일으킨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초록빛이 도는 머릿결은 그녀의 발목까지 내려왔으며, 청명한 눈동자는 보석과도 같이 빛이 났다. 백옥과도 같은 피부는 바다의 진주와도 같은 모습이니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여신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 마다 주변의 식물들도 같이 움직여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려주었다.
“어머. 저는 여행객이라 잘 모르겠는데. 저를 아시나요.”
“쓸대없는 장난짓을.”
녹색의 마녀가 턱을 살짝 움직이자 송곳과도 같은 나무 줄기가 여행객의 오른쪽 눈을 관통하려는 찰나에.
“진정해. 가볍게 인사나 하려고 왔다고? 그리고 이거 내 몸도 아니라고.”
남의 몸을 죽게 할 수는 없지 하면서 짙게 눌러 쓴 후드를 벗었다.
그저 평범한 주근깨 검은머리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 만이 청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흥. 결국 영혼을 분리하는 비술을 성공시켰나보네.”
“뭐. 그렇지. 아참. 육신과 영혼을 분리하는건 녹색의 마녀님의 특기일텐데.. 미안 까먹어 버렸네?”
“죽게 해주세요 하고 비는게 참으로 꼴사납구나. 죽여줄까?”
“왜그래. 오랜만에 본 친 구 사 이 인데.”
“난 색의 마녀들과 친구 사이를 가진적 없는데. 특히 네년처럼 시체냄새 나는 것들과 말이지.”
“비술로 영원한 젊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시는 할망구가 할 소리는 아닌데? 아 그 검은 마녀처럼 안 되는게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야. 뒷방 늙은이처럼 이 마녀 저 마녀 소문이나 모으고 말이야. 파랑이나 나나 그런 사소한 이야기에 신경이나 쓸까? 아 노랑이는 모르겟네. 걔는 친구 없어서 외로워 할지도 모르지?”
“그래서 왜 온건데.”
“정말로 인사만 하러 온거야. 저거 입구에 있는건 뭔데?”
“아. 저거 내가 만든거야. ‘아사달’ 지역에 가니까 ‘장승’이라 불리는 집행관들이 있더라고 보니까 맘에 들어서 몰래 비슷하게 만들었지.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이라는 별칭이 있던거 같은데 적어도 나 색의 마녀. 녹색의 마녀가 만든거니 ‘전천하 대장군’, ‘전지하 여장군’ 이라고 붙여줬지. 뭐가 문제인지 언어 쪽이 이상하게 변했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아?”
“역시 너도 미적감각이 이상해.”
“네가 할 소리는 아니야.”
“최근에 ‘케라멧’지역을 관통하는 교역로를 새로 만들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이미 교역로가 있지만 우리 동쪽에서 케라멧을 지나 서쪽으로 이어지는 교역로가 닦이면 그만큼 유통의 흐름이 좋아 질거라 생각해.”
“뭐. 네가 노리는건 유통의 흐름이 아니라 내 관할지에 묻혀있는 성유물 이겠지만.”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
“솔직해서 좋네. 근데 남의 관할지에서 그렇게 캐가는거 불법이다?”
“어머. 본인이 할 이야기가 아닐텐데?”
“정 그리우면 우리 쪽에서 날뛰는 애들 좀 넘겨줄까?”
“농담도 잘하네. 관리도 못하는게.”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건데?”
하하하
호호호
하는 웃음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정말로 인사만 하려고 온거야?”
“그럼 뭐하러 이 먼곳까지 와서 할망구 얼굴을 보겠어.”
“또 언제 자러가시나?”
“왜.”
“그때 너네 땅 먹으러 가야지.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자기 전에 이 땅에 꼭 광기든 역병이든 퍼트려주고 갈게.”
“어머 무서워라.”
“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싫어.”
“너네 비둘기 한 마리 빌린다.”
말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어깨위로 날아든 비둘기 한 마리의 목에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걸어주자 소녀는 쓰러지고 비둘기는 날아올랐다.
“얼굴도 봤으니 당분간 잘 지내보자고 할망구.”
비둘기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저 하늘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음.. 저 빌어먹을 마녀년.”
기분이 언짢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큰 반응을 하지 않고 녹색의 마녀는 다시 돌아 누웠다.
“항상 성가신때 와서 인사를 하고 온단 말이지. 하지만.. 뭐 좋아..”
수풀이 다시 우거지면서 마녀는 몸을 제대로 뉘었다.
“다음에는 직접 찾아가 주도록하지... 그거 참 재미있을거야.”
수풀이 우거지고 숲은 다시 길을 닫아버렸다.
숲의 주인이 다시 일어날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