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냐”
적막한 흐름을 깨는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2019년 12월 나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잠시 1년간 여행을 떠나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힘들어서, 공부하기 싫어서” 같은 표면적이고 상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그저 누군가에겐 짧지만 내게는 길었던 나만의 길에서 잠시 길옆에 아스팔트 가운데 자라는 작은 민들레
보며 숨 돌리고, 앞만 보지 말고 옆에 있는 끝없는 공간을 구경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 계획대로 되던가? 이번 년부터 준비한 1년간 여행은 빛도 못 본채 다시 어두운 캐리어 안에담겼다. 그렇게 약 반년간 집에서 이리저리 놀아보며 게으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엄격하시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런 나를 곱게 바라볼 리가 없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 열린 방문에 아버지가 서 계셨다. 한 손에 허리춤에 담기는 종이상자를 들고 계셨다.
『
아버지 : 이게 뭐냐 너 앞으로 온 택배다 확인해라. (상자를 방문 앞에 놓으시고)
나 : 네
』
오랜만에 나눈 부자간의 짧지만 서로의 마음이 담긴 대화였다.
“아버지는 또 쓸데없이 뭘 샀냐고 생각하시겠지?” 나는 속으로 곱씹어 본다.
상자 안에 담긴 것은 다름이 아닌 빼빼로가 들어있었다. 아 저번에 당첨된 거구나 라고 생각하며 테이프 정리를 하기 위해 거실로 나섰다.
아버지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계셨다. 거실에 아버지 그리고 나
공부하려 돈 모아 학원 보내고 노력해서 겨우 대학 보낸 아들이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얼마나 아버지에 눈에 한심할까 나는 생각하며 빨리 정리하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
아버지 : 뭘 산 거냐
나 : 아. 선물이요.
아버지 :
나 : 네 쉬세요.
』
방안에 들어와 생각했다. 언제부터 내가 이리 당당하지 못했나?
하나뿐인 아들 좋은 대학 보냈다고 자랑하던 아버지에게 언제부터 내가 이것밖에 못 되는 못난 아들이 되어버린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와는 말도 잘 안 섞었지만 가끔 하시는 말씀은 틀린 말 하나 없었다.
11월 시작되고 다가오는 겨울 가운데 찾아온 상자를 통해 얻은 아버지와의 몇 마디는 내가 골똘히 생각해보는 시간이자 내가 진정 여행을 통해 얻고자 했던 삶의 추진력을 본질에 대해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삶의 추진력은 다른 외부적인 것이 아닌 나를 밀어주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란 것을
이번에 얻은 작은 선물로 다시금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