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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짧은이야기 02. 백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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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체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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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피아노 앞에 서있는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의자를 당겨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 피아노 앞에 앉는다. 피아노는 남자를 안는다. 그저 아무런 형태의 움직임도 표하지 못하지만,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남자와 피아노는 그렇게 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뒤엉킨다. 서로가 서로를 품어 격렬하고도 강렬한 카니발을 일으킨다. 남자와 피아노. 둘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있다. 하지만 둘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카니발을 이어간다. 의자가 일어난다. 남자의 엉덩이 아래에서 남자의 체중을 홀로 지탱하던 의자가 크게 일어섰다.그리고 엎드려 기어간다. 기어가고 또 기어간다. 그저 빛을 바라는 몸짓으로 의자는 처절히 기어간다. 남자는 의자를 밟고 올라간다. 건반을 밟고 올라간다. 의자를 피아노에 내려 찍는다. 피아노의 뚜껑을 강하게 열었다가 내려친다. 피아노의 뚜껑이 부서진다. 의자가 조각났다. 남자가 짐승과 같은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짐승이 울부짖는다. 슬퍼서 어쩔 줄 모르는 짐승이 울부짖는다. 짐승은 그저 하염없이 울부짖다가 꼬리를 말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그저 사라진다. 피아노와 의자는 마주보고 서있는다. 그저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입술을 포갠다.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원래 그랬던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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