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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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TMI]마녀와 빗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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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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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반적으로 '마녀'라고 하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이미지를 연상합니다.

하지만 '날아간다'는 이미지와 '빗자루'는 그리 잘 어울리는 매칭은 아니죠. 

이해를 돕는 짤 (일단 쓸리는 것도 쓸리지만, 아픕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유럽의 수질조건과 역사를 조금 살펴보면 좋습니다.

과거부터 술은 농업시대 이후로 물 대신 섭취할 수 있는 중요한 영양공급원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맥주는 아침부터 빵과 함께 먹는 주식이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액상이라기 보다는 걸러내지 않은 막걸리처럼 걸쭉해서 갈대로 만든 빨대를 밀어넣어 항아리 아래에 있는 부분을 빨아먹었습니다.)


14~18세기 유럽에서도 그런 식생활은 거의 바뀌지는 않았고 일반적으로 거의 매일 음식의 개념으로 술을 마셨는데, (물론 취하려고 먹는 사람들도 많았지만요) 유럽의 물은 석회질이 많다보니 깨끗한 물을 구하기가 힘들었던지라 맥주 등의 술로 대신했던 거죠. 노동자들에게 금전 대신에 술로 임금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때 마시는 대표적인 주종이 와인과 에일 맥주였는데, 와인은 주조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했으므로 고급진 술이라 당시에는 중상류계층에서 소비했습니다. 성당에서 성찬식의 미사주를 위해 사제들이 주조하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 홉이 첨가되지 않은 에일 맥주와 알코올의 한 종류인 사이다는 하층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다만 그 시절의 에일은 며칠만 지나도 신맛이 나며 상해버리기 때문에 그날 빚은 술은 대부분 당일날 소비해야 했죠.

에일을 만드는 역할은 주로 여성들의 몫이었고, 당시 농민의 생활은 넉넉치 못했기에 집에서 소비하고 남은 에일을 내다팔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산업은 토지나 임금노동이 대부분이었던데 비해 맥주 양조는 꽤 수입이 좋았고, 낮은 지위와 차별에 의해 남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에게 이 좋은 수익성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들을 부르는 말이 에일-와이프(Alewife)로, 우리 말로 하면 주모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네, 이들은 술을 판다는 걸 표시하기 위해 간판처럼 집 문 앞에 빗자루를 꽂아두었죠.

이제 슬슬 느낌이 오시죠?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에일을 판매했지만 어린 여성이나 아내들은 양조업에 가끔씩 생계유지를 위해서만 참여했었고, 미혼모/ 첩/ 버림받은 아내 등의 여성들은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맥주 양조가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의 세금징수 기록에 따르더라도 미혼 양조업자의 경우 훨씬 생활수준이 높았다고 적혀있죠.


이게 당시의 사회적 인식으로는 그들을 달갑게 보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맥주 양조에 종사하는 여성은 남편에게 불순종하고 성적으로 변태적이다', '물을 탄 술을 높은 가격을 받아먹는다', 등의 낭설들이 퍼졌고, 심지어는 양조를 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나이 많은 여자들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제한을 두기도 했습니다.


양조업의 구조는 이후에 변화를 겪긴 했으나 전통 레시피, 이른바 손맛을 자랑하는 이들은 여전히 길드에서도 그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돈이 많았다는 이야기죠.


이후에 마녀재판이 일어났을 때, '마녀로 처벌된 사람의 재산은 몰수하여 다른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다'는 규칙이 있었던 것이 뭘 의미할까를 곱씹어본다면- 그들에게 '밤에 춤을 추고, 주문을 외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 정도는 고문 중에 튀어나올 수 있는 귀여운 수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녀로 몰린 과부의 어떤 재판 기록 중에 "내 재산이 갖고싶으면 이런 짓거리 하지말고 그냥 달라고 해라"고 했을 정도니..)


에일을 빚을 때 나오는 효모가 가벼운 환각효과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술 먹으면 빗자루 들고 춤추지 말고, 씻고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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