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클레오파트라에 관한 이야기
- 5231 조회

트이타에 글 썼던 거 여기에도 옮겨옵니다
클레오파트라 7세 필로파토르(우리가 알고 있는 그 클레오파트라)에 관한 2차 창작의 일반적인 오류 중 하나가, 이집트의 파라오이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인 특유의 구릿빛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녀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알렉산더 사망 후 이집트를 통치한 그리스 장군) 인물이라서 그리스계 혈통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하고 제국이 4개로 쪼개질 때 그의 부관이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 소테르가 이집트를 차지하고 파라오가 되었는데, 프톨레마이오스 본인이 학문을 사랑한 왕이어서 이집트에 당대 최대의 지식의 창고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짓고 여러 예술가를 후원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학문과 종교를 존중했고 (동시에 전쟁의 혼란 속에서 유화정책도 필요했고) 때문에 당시의 이집트 왕조가 그랬듯이 근친혼 또한 전통으로서 이어졌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할아버지인 프톨레마이오스 9세 라튀로스가 여동생과 결혼하여 12세 아울레테스를 낳고 그 역시 여동생과 혼인하여 클레오파트라를 낳음) 그래서 로마 쪽에서 발견되는 클레오파트라의 초상과 동전들을 보면 붉은 곱슬머리를 가진 전형적인 그리스인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정적이었던 옥타비우스(후에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는 그 아우구스투스) 가 클레오파트라를 ‘로마를 짓밟는 문란한 그리스 여인’이라고 깠던 일화를 본다면 더할 나위 없죠.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홀딱 빠지게 만들었기에 일종의 '요녀'라는 이미지를 씌우거나 미인이었냐 아니냐로 논란이 많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지적 능력은 뛰어난 수준을 넘어, 어려서부터 아테네의 철학가로부터 그리스 예술과 철학을 배우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성인이 될 때 까지 구사한 언어만 에티오피아어/히브리어/아랍어/시리아어/파르티아어/라틴어 그리고 이집트어 까지 9개에 달했습니다.
외교는 로마의 최고권력자를 쥐락펴락하는 수준(결국 그거땜에 망하긴 했는데), 내부로는 이시스 여신에 비견될 정도로 백성들로부터 인기가 매우 높았던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군주였습니다.
역사적으로 클레오파트라는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민족적으로 분류하는 것 보다는 (얼마 전에 안젤리나 졸리가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일부 흑인들이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다, 백인 섞지 마라’고 했던 일도 있었고) 그녀가 강대한 로마로부터 이집트를 지키고 부흥시키려는 훌륭한 파라오 였다는 사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 고증을 더한다면 더 좋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