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ion: v20240701-002

일반 알림
친구 알림
친구 신청
팬텀크로의 쉘터> 클럽-발푸르가

[창작]황금향

  • 65 조회
철수와영희
activity-badgeactivity-level-badge
user-profile-image

아주 오랜 꿈을 꾸었다.

내가 큰 사람이 되기 전의 아팟던 기억들이,

의식의 바다 깊은 곳 한켠에 숨기고 싶었던,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다.

가난한 수인이었던 나의 부모는 금화 몇 개에 팔아 넘겼다.

그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의 가치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고작 그 몇 푼에 나를 넘길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고작 그 금화 몇 푼으로 몇 일이나 더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을까.

자식을 팔아서 얻어낸 돈으로 얼마나 배부르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당시에는 저 푼돈으로라도 나의 부모가 단 하루라도 배부르게 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모두가 배부르게 먹고 잘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치겟지만

꼬리와 귀를 가졌지만 인간의 모습이 더 많았던 나였기에 어쩌면 당연히 창관으로 팔리게 되었다.

그 곳에서 허드렛일은 물론 강압적인 성기술과, 비싼값에 팔려버린 내 처녀는 그 돈만큼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둠속의 찬란했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곳에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나는 그 자극을 충족시켜 주기에는 너무나도 약했다.

그래.

그날도 지금처럼 비가 오는 날이었다.

떠오르던 신인에서 이제는 급락하는 별이었던 나는, 그날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말그대로 버려지다 싶이 뒷골목에 한쪽 팔이 묶인채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체 버려졌다.

신인의 말로

극단적으로 자극적이지 못한다면 뒷골목에 버려져 성노예보다 더 심한 처분이 기다린다는 것을 일부러 보여주듯 그렇게 나는 버려졌다.

털의 윤기도,

향기로운 향수 냄새도 사라진채

추적하게 내리는 빗방울을 그대로 맞으면서, 길가에 버려진 인형처럼 그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나에게도 빛이 다가왔다.

“흐음.”
누군가가 나의 턱을 잡고는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누굴까.

차라리 왕초가 이 쇠사슬을 끊고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가 나를 노리개로 삼았으면 좋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참할지언정 죽지는 않으리

“얼굴이 반반하구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황금의 옷을 입고 오른쪽 눈에는 황금색 의안을 끼고 있는 한 여성이었다.

머리는 뒤로 올리고 묶인 머리카락 사이로 얇은 황금의 바늘이 박혀있엇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그녀의 옷은 하나도 젖지 않고 있었다.

“이봐. 우리 가게 물건에 관심있어?”

인기척을 느꼇는지 우락부락한 사내가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왜. 파는건가?”
“나름 상등품인데 관심있으면 사가던가.”

“상등품 치고는 너무 막다루는거 같은데.”
“싫으면 말던가.”
“....뭐 그럼 하루 빌려가지.”
여자는 메고있던 작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남자에게 던져주었다.

“너무 많이 줬는데?”
“싫어?”
“우린 환불 안되는데 나중가서 환불해달라 할까봐 그렇지. 그럼 재미보슈.”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나를 그대로 두고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재미없기는.”

여자는 머리핀 하나를 빼더니 순식간에 빛이 나면서 작은 칼로 머리핀이 바뀌었다.

마치 부드러운 고기를 자르듯 나의 팔을 묶고 있던 쇠사슬은 잘려나갔다.

“우선 이걸 걸쳐. 잠깐 밖으로 나갈거니까.”
여자는 넝마 하나를 건내주었다.

그리고 나를 이끌고 뒷골목 밖으로 나아갔다.

..

...

그녀가 머물고 있는 곳은 누군가에게 팔려가지 않는 이상 갈 수 없는 매우 고급진 여관이었다.

그녀는 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며 나에게 먼저 씻을 것을 요구했다.

얼마만의 따듯한 물인가.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그래도 팔려나갔으니 제 할 일을 해야 겟다는 생각이 들어 온 몸을 정갈하게 씻었다.

여자긴 해도 그 쪽으로도 충분히 배웠으니 박히는 쪽도 박는 쪽도 전부 자신있었다.

“참고로 난 관심없으니까 이상한 생각 말고 앞에 앉아서 밥이나 먹어.”
씻고 나오자마자 여자는 한쪽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고, 다른쪽 테이블에는 매우 고급진 음식들이 놓여져 있엇다.

“일단 먹고 이야기 하자.”
여자는 나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 가만히 차만 마시고 있었다.

“저..... 음식은 안드시나요.”

“네꺼야.”

나의 질문에 여자는 내꺼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무언가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여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의자에 앉았다.

예전에도 이런식으로 잘해주는 척하다가 밥상을 뒤엎고 짐승답게 먹어야 하지 않겟냐며 구둣발로 음식을 짖밟고 그걸 먹은 적이 있엇기에 혹시나 싶어서 계속 눈치를 살피었다.

하지만 여자는 나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저 양피지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뱃속으로 들어간 고급진 고기는 그 순간만으로 행복감을 주었다.

하지만 알 수 없었다.

왜 나에게 잘해주는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저러는가.

뒤에 따라올 두려움이 있엇지만 이 모든 것을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은 배를 채우는데 신경쓰기로 했다.

..

...

.....

“너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되고 싶지 않아?”

밥을 다먹고 식기를 다 치우자 그제서야 여자는 내 앞에 앉아서 나에게 물엇다.

도대체 이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 바닥에서 최고가 되어봤자 최고의 창녀가 아닌가.

“최고가 되면 무언가 틀린가요?”
“글세. 나는 모르지. 하지만 음지에서의 권력은 얻을 수 있겟지. 권력이란 힘이 전부가 아니란다. 정보, 돈, 인맥 이 모든 것이 힘이 될 수 있지.”
여자는 고급져 보이는 주머니 하나를 건내주었다.

“만약 도망치고 싶다면 이걸 가지고 도망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뭐 편하게는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될 거야. 하지만 평생 도망치며 살아야겠지.”
그리고 다른 주머니를 건내주며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런 더러운 바닥에서라도 군림하고 싶다면 이걸 가져가. 몇가지 정보가 있을거야. 물론 기본적으로 필요한건 너의 몸이지만 뭐 거기까지는 어떻게 내가 할 수는 없지. 네 몸이라면 충분히 이 더러운 지역의 정점을 노릴 수 있어, 만약 고마우면 나중에 나한테 갚으면 되. 어때?”

논리도, 논증도, 이유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왠지 그녀의 말을 따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최고급의 삶을 알아버린 이상

더러운 바닥이라도 바닥의 왕이 되리라.

“눈빛이 살아났네.”
그녀는 매우 흡족한 듯이 이야기 했다.

“그런데 왜 저에게 이런 기회를..”
“그냥.”
나의 질문에 그녀는 바로 답했다.

“오늘 왠지 그런 기분이거든.”
여자는 그렇게 말을 하고 고급진 주머니를 다시 챙겨서 방을 나가려 했다.

“내 이름으로 빌린거니까 푹 쉬고 한번 노력해 보라고.”
“저!”
여자가 나가려 하자 나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적어도 이름이라도 알려주셔야 제가 은혜를 갚지 않을까요?”
“황금의 마녀.”

그녀는 말했다.

“이름 대신에 기억해. 앞으로 ‘황금의 마녀’ 라고 불릴거니까.”
그렇게 말을 남기고 여자는 떠나고 말았다.

뭐 그 이후에는 똑같았다.

악으로 깡으로 모든 것을 해냈고,

마녀님이 주신 쪽지에는 어느 도시의 고위 간부의 이름 명단이 적힌 종이와 바늘 하나가 있엇다.

뭐 그 이후로는 간단하지

몸을 섞고

피임기에 구멍을 뚫어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인맥과 돈과 비밀을 수없이 많이 얻었고,

그렇게 나는 창관의 여왕이 되었다.

이제 내 아래 수족들이 많이 늘엇다.

나의 힘은 강해졌고, 돈도 충분해 졌다.

이제 마녀님에게 은혜를 갚을 때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마녀님께 이쁨을 받아야지.

그것이 나의 목표였으니까.

모든 것을 챙겨서 마녀님이 우리를 찾기 쉽게 큰 건물을 만들었다.

마녀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것으로

‘황금향’ 이라는 큰 여관을 만들었다.

나의 아이들과 같이 이 세계의 모든 정보와 금을 모으자.

..

....

......

라는 꿈을 꾸었다.

아마도 마녀님을 직접 뵈었기 때문에 옛날 일이 생각 나는거겟지.

솔직히 내 아이들 보다는 현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현장에서 뛰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그렇다면 오늘도, 다가올 내일도, 지나갔던 과거도 모두 마녀님을 위해 움직이자.

나의 아이들 역시 마녀님을 위해 일을 한다.
잠에서 깨어 몸을 씻고 나의 아이들이 나의 몸을 닦아 주었다.

그럴필요 없다는데도 굳이 나를 위해서 봉사해준다.

참으로 고마운 아이들.

“어머님 문을 열 시간이 되었습니다.”

옷을 입고 다시 나의 침실로 가면 나의 자랑스런 첫째 아이가 정갈하게 옷을 차려입고 나를 맞이해 준다.

“그래. 일을 시작하자꾸나.”
잠들어있는 도시를 깨운다.

숨어있던 향락과

쉬고있던 쾌락을 깨운다.

윤리관은 잠에 빠지고,

도덕성은 눈을 감는다.

자. 어서오세요.

마녀의 황금향 ‘엘 도라도’ 에

댓글 (6)
user-profile-image캐비어맛우동3년 전
글을 읽을때마다 머릿속으로 장면들이 연상되는걸요? ㄷㄷㄷ 글을 넘모 잘쓰시는 거시야요...
user-profile-image철수와영희3년 전
아잇 그렇게 띄워주셔도 아무것도 않나와요 !!
user-profile-imageHongPELL3년 전
오우....야....
user-profile-image철수와영희3년 전
사실 세부적인거 쓰려 했는데 귀찮아져서....
user-profile-image귤갓랭크3년 전
황금의 마녀가 패배라는 기분을 맛보면 어떨까 흐흐
user-profile-image철수와영희3년 전
으헿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