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용의 교단 대 토론회 - 1회 우리는 그날에 본 얼굴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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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법정으로 보이는 공간 안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후드를 쓴 자들이 모여있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용의 교단 대 공의회.
무제한 토론의 장을 의미하며, 교단의 교리에 대한 모순을 알아보고 누구나 이에 의의를 제기 할 수 있다.
또한 한 해에 두번 열리는 교단 주최의 대규모 창작 축제 '코르미케 마켓'의 검열 기준과 기타 지시 사항들도 이곳에서 의논 된다.
모두가 모여 수근거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다섯명의 가면을 쓴 자들이 들어왔다.
주교급에서 임의로 선정되는 자들로 의견을 정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크흠"
그 중 가운데 앉은 자가 헛기침을 하자 다시 그들의 뒤로 문이 열리고 유일하게 얼굴을 들어낸 자가 들어왔다.
교단을 이끄는 실질적인 주인 대주교 '십 다르크'
본래 대 공의회가 열리면 대주교 4명이 전부 참석해야 하지만
동부 대주교는 운동하느냐 불참
북부 대주교는 연구하느냐 불참
남부 대주교는 그냥 불참
거기에 모두가 대주교에게 일임 했기 결국 그 혼자서 이 대 공의회를 이끌고 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첫 대주교의 사망 이후 2대 대주교가 된 그가 처음으로 맞이한 대 공의회에서
'저 혼자서 모든 것을 정하는 것은 우리 교단의 교리에 어긋나기에 모두가 끝없이 토론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정을 내리는 자가 아닌 그저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는 개회사와 폐회사만 담당하고 있다.
간혹 선을 넘는 자가 생기거나 하는 경우 본인의 직접적인 권한을 이용해 처리하고는 한다.
물론 이 선을 넘는 정도는 신도 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경우, 또는 '무녀' 의 신변 또는 상징에 지대한 타격을 입는 경우 이다.
실제로 과거 '무녀님을 대상으로 하는 19금 작품에서 무녀님을 어떻게 묘사해야 하는가' 에 대해 어떤 신도가 '그냥 적당히 비슷하게 그려두고 야하게 그리면 되지 않나요? 어차피 다들 밤에 한 발씩 뽑고 있잖아요?' 라고 했다가 대주교의 손가락 하나에 산 밑에 흐르는 강의 식인 물고기 떼의 밥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다.
아무튼
나무 망치가 세 번 두들겨 지고
대 공의회가 시작 되었다.
"먼저 바쁜 와중에 이렇게 모여주신 신도 분들 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날씨가 참 좋지요?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이 교단에도 따듯한 기운이 오고 있습니다. 과거 이곳에 처음 왔을때에 비하면 정말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지요. 당시 대주교 님과 이곳에 도착해 교단을 차리고, 확장시키며, 역대 무녀님들을 모시면서 살았던 때가 불현듯 떠오릅니다. 현재 무녀님을 만나게 된게 벌써.... 아 시작하자고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남부의 주교님이군요. 내 언젠가 그 대주교님과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뇨 당신 잘못이 아니...아. 이것도 길다고요. 크흠.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교단의 세력도 많이 커짐과 동시에 교단의 소속은 아니지만 무녀님에게 반해 무녀님을 대상으로 창작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신도가 아님에도 무녀님을 좋게 봐주시니 이 대주교는 몸 둘 봐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여러분도 아시다 싶히 모든 창작물에서 무녀님의 얼굴을 직접 그리는 것은 금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비 신도분들의 경우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울 따름 입니다.
가장 첫번째로 '비신도가 무녀님을 대상으로 창작물을 만들 경우 교단의 법칙을 따라 얼굴을 가려야 하는가.' 가 의제가 되겠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 주시기 바랍니다."
대주교의 말이 끝나자 아래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신도들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되었다.
왼쪽에는 무녀님이 얼굴을 가려야 한다 라는 의견이,
오른쪽에는 묘사정도는 해도 된다 하는 의견으로 갈라섰다.
왼쪽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아무리 비신도라 할 지라도 결국 주최 측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따라야 한다. 심지어 무녀님은 교단의 상징이신 분인데 그런 분의 존안을 함부로 그리게 해서는 안된다.
라는게 주된 의견이었고
오른쪽의 의견은
결국 상상력에 관련된 이야기다.
실질적으로 무녀님은 뱀수인족의 모습을 하고 계시지만 3차 공의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따라 인간의 모습, 수인종의 모습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계시다. 실제로 무녀님을 대상으로 창작을 진행하다가 무녀님을 뵙고 싶어 교단에 입교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이치이다.
라는 게 주요 의견이었다.
아무래도 교단의 상징이자 아이돌의 위치에 있는 무녀와 관련된 사항이다 보니 의견이 과열되는 양상을 띄고 있었다.
이는 공평하게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하는 교주들 조차 팽팽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대주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너무 과열되는 것 같군요. 신도 여러분의 열띤 토론은 좋습니다만 과열되어 서로를 공격하면 이 모든 자리가 의미 없어집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럽지만 대주교의 위치가 아닌 그저 교단의 신도인 '십 다르크'의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보겠습니다.
교단의 교리에 따라 무녀님의 존안을 묘사 할 때에는 무조건 얼굴을 가려야 합니다.
하지만 신도가 아닌 이에게 조차 교단의 교리를 무조건 따르라고 하기에는 통합과 포용을 말하는 우리의 정신과도 어긋나지요. 그렇다면 이런건 어떨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무녀님의 존안을 묘사 할 때에는 천 등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천 너머로 빛 등으로 인해 살짝 보이는 실루엣 정도는 묘사가 가능 하게 하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루엣 이기 때문에 윤곽만 그린 것이지 얼굴을 그린게 아니라는 편법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이는 창작자에게는 또다른 상상의 편이, 실제 신도인 우리에게는 직접 묘사한 것이 아니라 괜찮다는 편법이 생기는 것이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
눈, 코, 입 등 특정 부위를 직접 묘사하는 것은 안됩니다.
이것만은 대주교의 입장에서 받아드리기 힘든 부분이라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대주교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서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약간이 시간이 흐르고 장 내가 조용해 지자
주교들은 모여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약간의 시간이 흘러
4차 대 공의회 토론의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무녀님의 존안을 직접 그리는 것은 금지되기에 무조건 얼굴에 무언가를 씌우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빛이 투과 되는 동시에 나타나는 그림자 등으로 얼굴의 윤곽을 그리는 것은 가능하다. 단, 특정 부위를 직접 묘사하여 보여주는 것은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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