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드래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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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연대기를 쓰면서 용의 세력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처음 이 세계관을 짜기 시작할 때 비유했던 한 마디가 있었죠.
"인간들이 환경보호 안 하다가 망한 세계"
드래곤 설정에 관한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신화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합쳤습니다. 그것도 미래의 인간을요.
백만 년 쯤 지난 시대의 인간이 어떻게 발전했을까,
-첫 번째로 병과 수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면 자연스레 자손을 남기려는 욕망에서 벗어나겠죠.
-자기 보존을 위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에 자신의 뇌를 전자화해서 업로드 하거나(일종의 자기 복제)
-의도한 목적에 걸맞는 행동을 수행하는 자기 인식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거나
-새로운 하위 문명을 창조할 겁니다.
지금의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성의 극한 까지 다다랐을 겁니다.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경계를 시도한 이들의 다음은 지독한 권태에 빠지거나, 더 과감한 시도를 할 텐데, 이런 '지적인 생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의 존재'라고 해서 '용'이라고 퉁친거죠.
다시 시대를 발푸르가 마녀들이 있는 판타지 중세로 돌려서, 여기의 인간들은 용을 그 미래의 인간으로 치자면 개미들과 비슷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자유롭게 예측할 수 있었던 신에 가까운 인간들은 전쟁 혹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본래의 육체/문명/터전이 사라지고 네트워크에 디지털화 된 잔여 인격만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연구실의 잔해에 접근한 첫 생명체인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갇혀버린 전뇌는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수단으로 개미의 페로몬을 조합해서 의사를 전달했고, 몇 천 만 번의 실패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소통이 가능해진 최초의 개미가 탄생합니다.
앞으로 영겁게 가까운 시간 동안 이 피폐한 연구실 잔해의 조그만 무한동력 전지에 갇힌 데이터 인간이 있는 육신을 복구하기 위해 개미 문명을 키우는 세계. 그게 발푸르가의 전생 드래곤이자 차원에 갇힌 악마의 이미지 입니다.
아마 이 세계의 '용'이 인간에게 세상의 지식을 전수하는 개념이란 인간이 개미에게 상대성 이론을 이해시키는 수준과 비슷할 겁니다.
어지간한 용들은 물리적 형체를 벗어났다는게 나름 납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