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파도와 바람의 이야기 Prol. [ 어느 축제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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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이제 정신이 좀 드는 모양이구만.
아아,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고 그냥 누워 있게.
꼬박 삼일하고 이틀을 더 뻗어 있었으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닐 걸세.
자, 우선 이걸 좀 들게. 우리 마누라가 직접 만든 특제 바닷가재 스튜일세.
어떤가? 입맛에 좀 맞나?
핫핫하.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놓이는군.
처음에는 모두 다 자네를 시체로 착각할 만큼 꼴이 말이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두 눈을 뜬 모습을 보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보아하니 해룡님께서 자네를 어지간히도 불쌍히 여기신 모양이지. 하핫.
으음? 뭔가? 할 말이 있으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말하게.
자네가 있는 곳이 어디냐고? 여기는 쿤타르 해역에 위치한 조그만 섬마을, 부르훌라일세. 혹시 자네, 우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나?
핫핫하.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사람이 어떻게 모든 걸 다 알고 살 수 있겠나!
일단 지금은 그런 것보다 자네 몸을 추스르는 데에 신경을 더 쓰는 게 좋겠네. 마을 구경은 그 뒤에 천천히 해도 괜찮을 테지.
그럼 난 이만 나가볼 테니 무리하지 말고 푹 쉬게나.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옆에 있는 종을 울리도록 하게.
... 음? 자네... 의외의 면이 있었구만.
딱히 그런 인사를 받으려고 자네를 데려와 간병한 것은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나. 장모님께서 내게 직접 시키신 일이기도 했고 그리고... 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그러니 마음놓고 푹 쉬도록 하게. 해가 지고 나면 그때 다시 오도록 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