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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슐루를 위한 영약

  • 187 조회
팬텀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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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햇살에 기대어 혼자 책을 읽던 슐루, 갑자기 뭔가 떠오른 느낌으로 고개를 들고는 인상을 웃긴 표정으로 잔뜩 찌푸린다. 
그리고 이내 뭐가 즐거운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거린다.
그 모습을 브리아가 보면서 갸웃거리며 방으로 들어온다.

방 가운데에는 큰 가마솥과 각종 허브, 그리고 그 옆에는 비스듬히 그녀의 빗자루를 어깨에 끼고 앉아서 마치 내려보려는 양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케디시가 미동 없이 눈동자만 브리아를 향한다.

브리아는 방금 보면서 온 광경을 신기해하며 입을 연다.

-"슐루 양은 보기엔 얌전해도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 같소."

/-"..너 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싶지는 않을 걸."

-"왜, 가끔 알 수 없는 돌발 행동을 하잖소?
어제는 우물을 덮고 물도 못 먹게 하길래 아랫 마을까지 반 나절을 걸었단 말이오."

/-"일어난 적 없는 현실을 혼자 겪고는 그 위에 다른 현실을 덮는 거지. 너, 어제 물에 빠진 꼬마를 구했다고 자랑했잖아."

브리아는 놀란 나머지 숨을 삼켰다.

-"그럴수가..미리 가서 알려줬더라면- 아니, 처음 보는 아이였으니 전할 길도 없었겠구려.."
(뭔가 골똘히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감탄의 한숨을 쉰다.)"참으로 놀랍소."

(케디시, 슐루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미래를 안다는 건 축복이라기 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능력이야."

/-"보는 것 만으론 어떤 행동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지도 모르고, 현실을 덧씌우다 보면 어느샌가 어떤 게 진짜인 지도 분간하기 어려워져.

그래서 예언자들이 찾는 영약은 전부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 것들이야. 안 그러면 금방 미쳐버리거든."

브리아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인다.

-"그럴수가.. 나는 예언자들이 미래를 꿰고 있으니 훨씬 나은 삶을 살 거라 생각했소...
가서 내 어리석음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케디시, 귀찮다는 듯 손으로 허벅지를 툭툭 치며)
/-"자, 알아 들었으면 불쌍한 우리 어린 예언자에게 줄 영약을 실패할 생각이나 하지 마."

-"마,맡겨주시오"


브리아는 여느 때보다 열심히 영약의 배합에 집중했다.

먼저 브리아가 어제 갓 따서 솎아낸 붉은 열매를 뒤집은 솥뚜껑 위에 펴놓는다.
케디시의 지옥의 화염이 열매가 가진 물기를 무자비하게 태워 없애서 까맣게 만들고, 브리아는 검집으로 부지런히 케디시의 지시에 따라 열매를 모아 부지런히 빻는다.

가마솥엔 오늘 볶아낸 붉은 열매가루 , 그리고 항구에서 구한 값비싼 이국의 가루를 1:3 비율로 넣고 적은 물을 넣어 충분히 강한 불로 끓인다.
어느 정도 가루가 가라앉으면 까맣게 변한 액체를 조금 씩 떠서 병에 담는다.

약간의 불향이 섞인 고소한 냄새와는 다른 색다른 향기가 방 가득히 퍼졌다.
만드는 일도 보람찬 일이지만 브리아의 호기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듯, 처음 맡는 영약의 향기가 브리아의 코를 가마솥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그걸 눈치 챈 케디시 역시 브리아에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허락하는 신호를 주자 브리아는  자신의 첫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정신을 맑게 해주는 영약'을 맛보는 기쁨에 겨워 어린아이 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벌써 기사의 품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조심스럽게 맛 본 그 마법의 첫 맛이란..

<쓰다>
쓰다쓰다쓰다쓰다-!

기대감이 박살나는 모양으로 브리아의 얼굴은 곧바로 오만상을 내며 찌푸려졌다.

케디시는 의외라는 듯 한 마디를 던졌다.
/-"..커피 처음 먹어봐?"

몰래 열린 방문으로 브리아의 표정을 목격한 슐루 역시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댓글 (2)
user-profile-imageWorkerK1개월 전
예언자들의 머리를 맑게 해주는것.... 그거슨 카페인...
user-profile-image철수와영희1개월 전
오오 카페인....참을수 없는 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