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 여우 색시 - 00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는구려. 산속을 지나다 나무 그늘에 정신을 잃은 채로
기댄 채 쓰러져 있는 그대를 처음 보았었지. 그대를 보았을 때 , 나는 그대가 ‘ 사람이 아니란 것 '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소. 허나..그것이 무엇이 대수란 말이오. 단 한치도 망설이지도 않았고 또한 고민 조차 하지 않았소.
그저 당신을 살리고 싶단 생각을 했었지.
당신을 등에 업은 채 집으로 돌아왔지.
“ 어머니 , 저왔어요. ”
“ 오늘은 일찍 돌아왔구먼. ”
늙으신 어머니와 단 둘이서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나무꾼 , 단오.
그는 욕심이란 몰랐고 그저 남을 도우며 남에게 베풀며 ‘온정’ 이란 것에 행복한 것을 느끼는 사내였지.
그의 등에 업힌 여인을 발견한 늙은 노파는 화들짝 놀라며 아들에게 물었지.
“ 같이 온 여인은 누구인고? "
“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보곤 , 제가 데려왔습니다. ”
여인을 이불 자리에 눕히고서 , 정성껏 간호했지. 여인이 깨어나기만을 오직 바랄뿐이었어.
조심스레 손을 뻗어 여인의 뺨을 어루만져 보았어. 그러자 여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어.
무엇이 그리 애달프고 가슴이 아플까. 어찌 그리도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 무엇이 그리도 그대를 슬프게 하는 것이오. ’
여인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이 다시금 눈물을 닦아주며 스르르 , 눈을 감아 보았지.
“ 으음.. ”
여인의 숨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오자 ,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뜨고서 여인을 바라보았어.
천천히 눈을 뜨는 여인과 눈이 마주쳤지.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여인에게 말을 걸었어.
“ 괜찮으십니까? ”
“ ……. ”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단오는 여인을 보며 싱긋 웃어 보았어.
주위를 둘러 보는 여인 , 안전한 곳이란 것을 느낀 것일까.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보는 여인이었어.
단오를 응시하며 고갤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어.
“ 구해주시어 감사합니다. ”
“ 아..아닙니다. ”
순박한 듯 , 얼굴이 붉어지며 어쩔줄 몰라하는 단오. 그런 사내가 귀여운듯 피식 웃어 버리는 여인.
맑은 두 눈망울이 단오를 향하며 조심스레 입을 열며 말했지.
“ 결희 , 민결희라 하옵니다. ”
민결희 , 자신의 이름을 조심스레 말해주는 여인을 보며 멍하니 응시했지.
이내에 정신을 차리고선 사내 또한도 자신의 이름을 말해 주었지.
“ 저는 단오 , 라고 합니다. ”
“ 단오.. ”
“ 갈곳은 있으십니까? ”
단오의 말에 고갤 저으며 슬픈 눈으로 고갤 푹 , 하고 숙이는 민결희.
결희를 빤히 응시하던 단오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어.
“ 그럼 , 저와 같이 사시겠어요? ”
“ 네? ”
단오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눈동자가 흔들렸지.
“ 아..그냥 , 갈곳이 없다면.. ”
“ 저를 믿으십니까? ”
결희의 말에 단오는 단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고갤 끄덕이며 말했지.
“ 그대를 믿소 , 그러니 그대도 나를 믿어 주시겠어요? ”
“ ……. ”
곰곰히 생각을 하던 결희는 조심스레 단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
결희의 허락에 단오는 환하게 웃으며 결희를 품에 안아 보았어.
단오의 행동에 살짝 , 움찔거리던 결희 였지만 이내에 그녀 또한도 단오를 따스하게 안아주었지.
일주일 후 -
나무 장작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향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단오.
그런 단오를 옆에서 기다리는 결희.
“ 조심히 다녀오셔요. ”
“ 오늘은 일찍 올터이니 기다리고 계시오. ”
단오의 말에 수줍은 듯 미소를 띄며 고갤 끄덕이는 민결희.
“ 네 , 서방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
그리고 한편 .
두두두두 !
말발굽의 소리가 들려오며 일곱명의 사내들이 마을안으로 들어왔지.
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 활과 검을 든것으로 보아 사냥꾼인 것으로 보였어.
그리고선 빠르게 달리던 말들을 진정시키며 두리번 거리기 시작하는 한 사내.
‘ 틀림없이 이곳인데. ’
“ 이곳이 분명한가? ”
“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서둘러 사악한 여우를 찾아야 하네. ”
그리고선 일곱명의 사냥꾼들을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지.
한편 , 나무지게를 내려 놓고서 마을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을 하는 단오의 그의 동료.
막걸리 한잔을 마시던 동료가 입을 열었지.
“ 그 얘기 들었는가? ”
“ 어떤 얘기 말인가? ”
주위를 둘러보다 낮은 목소리로 단오에게 말했지.
“ 밤마다 ,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들었네. 그것도 간이 없어진 채로 말일세. ”
“ 그게 말이나 되는가? ”
“ 이사람아! 진짜란 말일세. ”
동료의 말에 피식 웃고선 막걸리 잔을 마저 마셨지.
“ 농담이 지나치는구먼. ”
“ 싱겁구만 , 혹시 아는가? 자네 색시가 백년..아니 천년먹은 여우일지? ”
동료의 말에 술잔을 멈칫하고선 그를 응시했지.
단오의 시선을 느꼈을까 , 어색하게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지.
“ 하하! 자..장난일세. 미안하네.. ”
“ ……. ”
“ 그래도 그 여우만 잡으면 백냥 , 아니 천냥은 받을 수 있다 들었네. ”
“ ……. ”
그리고 다른 곳에선 ..
“ 이곳에서 사람 행세 하면서 살고 있었네 ? ”
누군가가 결희에게 말을 걸었지. 말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갤 돌리고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여인을 보았어.
“ ……. ”
“ 과연 , 그 사내도 네가 여우란걸 알면 가만히 있을까? ”
“ 그 사람은 달라. ”
결희의 말에 피식 웃고선 말하는 또다른 여인.
“ 글쎄 , 그건 모르지. ”
“ 서방님은 달라 , 나는 알아. ”
결희의 말에 호탕하게 웃고선 다시 말을 이어나갔어.
" 후회 않해? , 사람의 간 100개만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는데..어찌하여 살육을 포기하고 동물의 간 1000개
먹는 것을 선택한 거지? "
“ 나는 너희들과 달라. 난 사람들의 온정을 배우고 싶을뿐이야. ”
“ 글쎄 ,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기대가 되네? ”
그 사람은 절대 다를것이다. 내가 선택한 한 사내. ‘ 단오 ’ 그 사람 만큼은 절대 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나의 반려자를 믿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 사랑 ’ 이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배신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 후회 하지 않을것 같다. 내 반려자에게 많은 것을 배웠으니.
충분히 인간에게 사랑을 받았으니. 후회하지 않을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꺼져 . ”
“ 후훗 , 나중에 봐. ”
그리고선 다시금 모습을 감추는 또다른 여우.
마루에 털썩 , 주저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
‘ 행복한 나날이 얼마나 갈까. ’
“ 부인 , 나왔소. ”
나무 지게를 들고서 , 결희에게로 걸어오는 단오.
이내에 환하게 웃으며 단오에게 다가가 그를 도왔어.
“ 정말 일찍 오셨네요 ? ”
환하게 웃으며 단오를 보며 말하는 결희.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단오는 결희를 품에 안으며 말했지.
“ 부인이 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소. ”
“ 바보 , 서방님.. ”
이 사람이 만약 , 내가 여우란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줄까.
지금처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줄까. 이 사람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만약 , 내가 동물의 간을 천개를 먹고 정말 사람이 된다면 나의 반려자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사람이 아닌 여우인 내가 너무나 큰 소망일까.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일까.
“ 서방님은 저를 사랑하시나요? ”
“ ……. ”
“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실 수.. ”
말이 끊나기 무섭게 품으로 결희를 품에 안았지.
결희의 머릴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어.
“ 내가 더 사랑하고 아껴주겠소. 그대가 그러한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하겠소. ”
“ ……. ”
“ 그러니 , 그런 바보같은 질문은 하지 마시오. ”
그의 품에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지.
나의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걸 느꼈어. 그의 진심을 알고 있었는데.
왜 나는 의심을 했던 것일까. 왜 이사람을 믿지 못했던 것일까..
어두운밤이 찾아오고 단오 , 그가 잠든것을 확인한 결희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지.
푸욱!
숲속으로 향했던 결희는 순식간에 동물의 간을 빼서는 씹어 삼켰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이 될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결희는 알 수 있었지.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인내하고 견디면 사랑하는 그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것이란 걸 느낄 수 있었지.
결희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 단오는 밖에서 그녈 기다리고 있었어.
“ 서..서방님. ”
“ ……. ”
“ 어..어찌.. ”
단오는 결희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어.
“ 우리 , 도망갑시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조용히 삽시다. ”
“ 서..서방님.. ”
“ 그대가 여…ㅇ.. ”
푸욱 !
바로 그때 , 불화살이 쏟아지며 단오의 집 전체가 불바다가 되기 시작했지.
그리고 단오의 등에 화살이 꽂히며 , 결희의 품에 쓰러졌지.
“ 어..서..방..님.. ”
털썩 .
“ 드디어 찾았네 , 괴물여우. ”
결희를 한참동안이나 찾고 다녔던 일곱명의 사냥꾼들이 드디어 민결희를 찾아낸 것이었다.
“ 후우 , 이제 결판을 지어야지? ”
결희의 품에서 의식을 잃어가는 단오.
“ 하아..그대가 여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소. 하지만 그대가 여우라도 난 상관없이 없었소. ”
“ ……. ”
“ 그대가..나의 부인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백냥 , 천냥 따위보다 민결희..당신이 더 중하고 소중하니까. ”
“ ……. ”
서서히 숨이 끊어지면서도 민결희를 더 걱정하는 단오.
“ 당신과 행복한 삶을 원했소 , 당신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었소. 잘해주지 못한것 같아 너무 미안하오. ”
“ ……. ”
“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그때도 나의 반려자가 되어주겠소? ”
뚝 , 뚜둑 , 뚝..
그를 품에 안고서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민결희.
단오의 뺨을 어루만지며 애써 미소를 띄어봐.
“ 서방님의 여인이 될게요! 서방님의 하나뿐인 반려가 될게요! 반드시 서방님을.. ”
“ 사랑..하..오..민결..ㅎ..ㅢ.. ”
하나뿐인 반려자 , 민결희의 품에서 숨을 거둔 단오.
그를 품에 안은채 흐느껴 울었지. 진심으로 사모했으며 진심으로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부귀영화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그와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러한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것일까.
‘ 서방님이 환생할때까지 기다릴게요 , 어느 누구에도 정을 주지 않고 기다릴게요. 약속해요. ’
우리의 행복한 삶을 박살낸 당신들 ,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나의 반려자를 빼앗간 당신들을 모조리 용서치 않아.
서서히 본 모습을 들어내는 민결희. 붉은 눈동자와 기나긴 매서운 손톱.
“ 드디어 모습을 들어내는건가. ”
“ 용케도 사람행세 하며 살아있었군. ”
사냥꾼들이 서서히 검을 꺼내어 들며 여우의 본 모습을 들어낸 민결희를 향해 칼을 겨누었지.
자신의 품에서 눈을 감은 단오를 내려 놓고선 사냥꾼들을 향해 매서운 손톱을 들어내며
하나씩 , 하나씩..
“ 쿨럭 , 크어… ”
털썩..
샤냥꾼들을 모조리 돌육을 내며 숨을 거두게 했어. 하지만 그들의 간을 먹지는 않았지.
인간이 된다면 환생할 반려자를 만나지 못할터이니. 숨을 거둔 단오를 품에 안은 채 민결희는 말했지.
“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그런데 많이 해주지 못했네요. "
“ ……. ”
“ 사랑해요 서방님 , 진심으로 사랑하고 애정해요. 그러고 여우임에도 절 믿고 사랑해주시어 감사해요. ”
툭 . 투툭..투투투!
하늘도 슬픈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아주 구슬프고 적적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
‘ 기다릴게요. 당신이 다음생에 환생할때까지..내가 당신을 찾을게요. ’
여우비 : 여우색시 과거편 00 끝.
단오의 시점과 민결희 시점의 과거편이 두편으로 나뉘어서 써봤는데 , 이제 과거편이 끝났네욘.
01편 부터는 현생편으로 시작되니 많이들 보러 와주세요. ^^
실력이 많이 좋지는 않는데 많이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편도 잘 부탁드릴게요!
댓글 23
- 샛별스페라@g1rKYjN9WKbMD5c5f이거 어디서 대작 나무 타는 소리가...
- 이목룡@qgZwsVX4HzQNrAu3Y아닙니다! 아닙니다! 무슨 소리신가요..ㅠㅠ 대작이라뇨...ㅠㅠ
- saun248@CmVllbO0TWOGhsECS눙물이 아플 가린다ㅠㅠ
- 이목룡@qgZwsVX4HzQNrAu3Y역시 새드가 진리인듯 하군요 ㅋㅎㅋㅎ
- saun248@CmVllbO0TWOGhsECS매일 연재인가요?
- 이목룡@qgZwsVX4HzQNrAu3Y매일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려울때는 이틀에 한번씩 올릴려구요 ^^
- saun248@CmVllbO0TWOGhsECS응원할게요!!
- 이목룡@qgZwsVX4HzQNrAu3Y감사합니다!! ㅠㅠ
- 레몬스팀@moTZCdhGvmI3M5ZPu어머어머...진짜 잘쓰셨다....이야...소름돋았다는..
- 이목룡@qgZwsVX4HzQNrAu3Y엇!? 글솜씨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 탕진@r6fOkKtDr42cHZY7O오늘도 재밌는 팬픽 감사합니당!!
- 이목룡@qgZwsVX4HzQNrAu3Y응원 감사합니다! ^^
- 차돌이@PM7QNr71OSJZzh76y와 정말 고생하셨겠다 재밌게보고갑니다!
- 이목룡@qgZwsVX4HzQNrAu3Y아닙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힘이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해군함대사령부@Pd13j22pBZXmlFnEZ오늘도 재밌는 이야기 보고 갑니다
- 이목룡@qgZwsVX4HzQNrAu3Y댓글 감사합니다 ^^ 다음편도 잘부탁드릴게요~~
- 이목룡@qgZwsVX4HzQNrAu3Y오오!!! 감사합니다 다음편두 부탁 드릴게요!!!
- 은혜롭게전진@ys0910477선생님..갓 장편 소설을 쓰셨네요..완전 대박..다음편 너무 기대되요!!!
- 이목룡@qgZwsVX4HzQNrAu3Y크헛!! 솜씨가 많이 부족함에도 이렇게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루위스@ISNifMj780xOXu3eB대충 맘에 드니까 응원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