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갈왕입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일전에 제가 글 하나 찍 싸고 도망간 이후로 사태가 이렇게 심해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벌래는 그냥 저 쉬라고 심한 일들 아니면 이야기 안 하려고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황이 심해졌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왔습니다.
여러 계약 건이나 진행에 있어서 제 문제나 과실이 많았고 그걸 글작가가 좀 커버를 해주고 있다.
그걸 뭉뚱그려 이야기하려 했으나 별로 진실된 이야기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있었던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이야기 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 좀 장문의 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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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작가랑 만난 건 19년입니다.
글 작가와는 그때부터 세계관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글 작가가 아이디어나 디테일을 짜주면,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서 제가 설정에 반영했습니다.
오펠리아 한창 그릴 때, 뭔가 세계관을 만들고싶어서 여러분한테 방송에서 이것저것 떠들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세계관을 동대륙 서대륙으로 나누고 애들을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어정쩡한 판타지보다는 진짜 순수 판타지 만화를 하고싶었습니다.
판타지 만화를 그리는 것은 몬헌, 명일방주, 블러드본 같은 2차창작을 하는 것보다 재밌었고
속에 맺힌 감정을 털어내는 만족감이 있었습니다.
마침 글작가랑 블러드본 만화를 네이버에 투고했는데(블러드본에 대해 너무 몰라 혼자서는 컨텐츠로 만들 정도의 바탕이 없었습니다.) 떨어졌고, 그 참에 가더 오리진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 혼자서 했는데, 글작가가 가끔 글에 관한 조언을 해줬습니다.
근데 그때는 제가 글에 대해 너무 문외한이라 조언이 잘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기분은 좋았지만 작품적으로는 만족할만한 만화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 때 글작가에게 들었던 팁들은 한 2-3년 있다가 다시 들었을 때서야 일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그리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그림은 이상해지고, sns도 휘청거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한동안은 지금까지와 반대로 제가 벌래에게 배웠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제 그림을 보고 여러 상의를 거치며 성장의 도움을 줬습니다.
그림 실력을 차치하고 보는 눈 자체는 확실하여 방향성만은 확실히 잡아주었습니다.
글작가는 제자에게 배운 스승은 모양이 안 산다며 자신이 그냥 일방적으로 따라한 걸로 치자고 했습니다.
저도 별로 그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고, 자연히 그런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옛날에 제가 5화정도까지 올렸던 블레이즈 초안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후반에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있었으나 빌드업에 취약했습니다.
준비를 하면 한세월이 걸리니까 무턱대고 시작했는데, 대책 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좀 더 잘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말할만한 것을 하고싶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 투고했습니다.
글작가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으나 그땐 거절했습니다.
설정과 인물에 대한 것만 남기고 '도움'정도로 기록해줄테니 혼자 하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떨어졌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봐도 핵심이랄 게 하나 없는 글이었습니다.
글작가가 2트 할거면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준비했고, 네이버에 붙었습니다.
쉘터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주간 연재랑 병행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글작가는 자신 때문이라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저 혼자도 한번 투고해본 일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아니었습니다만
하지만 충분한 명분이고, 누군가에게 한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이후에 작업 소통을 위해 집을 계약했고
계약, 세금 정산, 어시비 처리같은 잡무를 글작가가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네이버와 작품에 대한 피드백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글작가가 했습니다.
솔직히 전 마땅한 기준도 없고 좋은게 좋은 사람이라 미팅을 거치며 작품을 지킬 자신도 없어서
잘 아는 사람이 해준다는 건 반가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네이버에선 '안전한 작품'을 원했고
키작고 매력없는 주인공(정확한 언급으로는 '소수취향')보다는,
장신 장발의 걸크러쉬 캐릭터를 주연으로 삼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첫 미팅에서 받은 제안입니다.
이후에 여러 캐릭터의 디자인 변경이나, 인물을 죽여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캐릭터의 선악 구분을 확실하게 하여 라이벌 악인 포지션이 필요하다는 등의 캐릭터성 변경 요청도 있었습니다.
캐릭터 표절 시비를 우려한 수정 요청도 꽤나 있었습니다.
텍스트 크기와 컷 간격을 늘려달라했다가 줄여달라거나 최종 컨펌에서 갑자기 오프닝을 다시 그려달라는 등의 앞뒤가 다른 결정도 있엇습니다.
글작가는 그런 안들을 거절하고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네이버는 갑의 위치에 있었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냥 요청에 따라 계속 작업을 할 뿐이었기에 잘 몰랐습니다.
그냥 대충 네이버랑 연락을 마치면 일이 늘어난다는 정도의 인지만 있었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이건 안된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딱히 와닿지는 않았고, 일이 늘어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글작가가 이때 쯤 채색 방식을 수정하자는 이야기를 했는데(이때부터 자리잡힌 것이 현재의 채색 스타일)
이 시기엔 완전히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원하는 걸 할 수가 없다. 번복되는 수정 요구가 너무 많다.
한 번 피드백을 요구하면 적어도 1주, 길면 3주씩 딜레이되는 것이 피곤했습니다.
그때쯤부터 글작가랑 많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관계가 파토났습니다.
저는 잠적했고,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중재를 거부했습니다. 네이버랑도, 글작가랑도 끝이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네이버와 일을 끝마칠 동안, 그후로 몇 개월동안 글작가랑 연락을 거부하고 잠적한 채였습니다.
네이버 웹툰 측에서 글 작가에게 제 입장을 전했고, 계약을 유지하고 다른 작가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글 작가는 제 의견을 따랐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네이버 웹툰 측은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다독여주는 입장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아무튼 네이버와의 끝은 그렇게 났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웹툰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실 것을 우려해 한 말씀 남깁니다.
저희는 네이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차별성 발언이나 폭력성, 표절의 리스크 등의 걱정에 있어서도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위치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장품의 방향성도 네이버가 지향하는 무난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들은 현실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저희가 오히려 너무 꿈만 좇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 저는 다시 만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충분히 쉬었고, 현실적인 만화가 아니라 그냥 하고싶은 만화가 하고 싶었고, 글 작가는 그 결정에도 따라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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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는 제 개인의 문제였습니다.
'글작가와 있었을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라고 하기엔 2019년부터 같이 있었습니다.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에선 원하는 작품을 납품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전 그림에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꿈만 크고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이상하고 재미있는 사람에 가깝지 사회성이 뛰어나고 논리적인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다 제가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시도하기엔 체력적으로 지쳤고, 못할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고 싶던 걸 망쳐서 슬퍼할 바에 정이 없는 일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글작가가 그런 상황에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힘들어 보일 때 쉬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건네는 것 정도는 했습니다.
도와줄 의무도 없고, 그 이상 도움을 줘야겠다 판단할 밑정보도 없었다고도 생각합니다.
원인이 글작가인 건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쉘터를 비롯하여 여러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많았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수단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글작가도 시간이 지나고서야 제 심정을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원고를 준비한 것도 제가 네이버와 함께 작업한 원고보다는 가장 저다운 원고를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후원자 보상에 관한 것도, 후원을 통해 탄생한 많은 관심있는 많은 컨텐츠에서 벤치마킹 해온 결과였습니다.
일단 여러분께 이정도의 사정은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전에 간략하게 상황을 한 번 이야기 했음에도 글작가가 계속 공격받는 건 본의가 아닙니다.
제가 만든 판이라 여러분께는 여러모로 감사와 사죄를 드려야하지만 일단은 좋지 못한 상황이긴 합니다.
쉬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서 정리 없이 떠난 건 큰 잘못이었습니다.
이기적인 판단으로 일을 벌였지만 이렇게 많은 폐를 끼치면서 발 뻗고 있으려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제 종종 오겠습니다.
제가 뭐라고 말이라도 하지 않는 한 이 사태가 잠잠해질 것 같지도 않고, 이미 상황을 듣고 봐버린 이상
여러분과 글작가에게 미안합니다.
사실 그림과 함께, 장문의 해명글과 함께, 엄청난 포부와 함께 돌아와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힘차게 포부를 말할 만한 상태도 아니고, 그림은 퇴보했을 거라 봅니다.
만화나 그림은 여전히 하고싶지만 아직은 쉬고싶습니다. 당분간 시덥잖은 이야기나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릇에 맞지 않게 결심과 계획을 이야기하다간 또 짐에 눌려 압사할 것 같기 때문에 이정도 얘기밖에 못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뭐하고 있었는지 그냥 좀 써보려 했는데
자리가 안 맞는 것 같아 다음에 하겠습니다.
우선은 좀 쉬고싶습니다.
하지만 글작가가 공격 받는 것도 원하진 않습니다.
상황에 오해가 없도록 종종 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댓글 90
- 4yzI8x@leejunhee04245256그래서 안오시는거지..?
- 고갈왕@gogalking그림은 당장은 불확실하지만 와서 얘기라도 하려고요
- 4yzI8x@leejunhee04245256오늘 내우상이 죽었다..
- 고갈왕@gogalking뎃
- ASM@XDwtlm2RJZdIIJIYs굿잡맨
- 고갈왕@gogalking스즈미야 30대 아저씨의 우울
- 응응승승응응@chkdog1팩트는 고갈왕이 건강해지고있다는 거임
- 고갈왕@gogalking쉘터도 건강해야하는데 계속 방치해서 미안합니다
- 응응승승응응@chkdog1
- 고갈왕@gogalkingㅠㅠ
- Ting@ting0707
- 고갈왕@gogalking이상한 글 안생기게 슬쩍슬쩍 오긴 할거임 이제
- 이윤@villain2yoon
- 고갈왕@gogalking
- 코리@wollang3388팩트는 고갈왕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거임..
- 고갈왕@gogalking건강해져야하긴해
- 코리@wollang3388고갈왕이 페미선언만 안하면 우린 안떠나
- eDO8dq@aTzUwyotEduKEeu0e정상화 되고 긍정적인 상황으로 돌아오길 응원합니다!
- 고갈왕@gogalking감사합니다
- 어달진차@pparu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