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소소한 경험담 (짧음 주의)

비니방아님강퇴
@Mx5tT8vmY22MY8X0T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대략 10년 전쯤인 것 같네요.
꿈을 꿨습니다. 전쟁 꿈이었습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 봉우리에서 서로를 향해 정신없이 총을 쏴대고 있었습니다.
그 중 저는 익숙한 군복, 그러니까 남한 쪽 진영에 서있었습니다.
제 옆에는 어떤 군인이 엎드린 채로
기관총을 정신없이 반대편 봉우리에 있는 북한군에게 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다 자세히 얼굴을 보니 그 군인은 저였습니다.
얼굴에 위장크림과 먼지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지만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 이거 꿈이구나'라고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엎드린 채로 기관총을 쏘고 있던 그 군인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저를 빤히 올려다보며 저와 똑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이게 꿈이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정신이 확 들었고 곧바로 꿈에서 깼습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들던 총 소리와 포탄이 터지는 소리,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도,
코를 간지럽히던 비릿한 화약 냄새도,
눈을 괴롭히던 피와 번쩍거리는 예광탄 궤적도 일순 사라지고
멀거니 이부자리 위에 누워있었어요. 현실감각이 완벽히 상실된 현실에 던져진 느낌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제가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시간을 본 시간으로부터
딱 1분이 지나있던 후였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있어서 가장 소름돋고 가장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 꿈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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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튭좋아요구독@YbiniSL어우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