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 여우색시 - 08 짝사랑 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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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서 , 아주 밝은 보름달이 무지개 빛 사이로 모습을 들어내었지.

그리고…

 

' 내 너의 소원을 들어주어 , 너희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돌아보겠다. 허나..너희들에겐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는법. 그 운명을 어찌 바꿀진 너희들의 손에 달렸느니라. '

 

 

쓸쓸한 추위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다. 고독하고도 차가운 겨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은 생명력이 강하다.

기나긴 세월 끝에서 홀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그리고 피어나는 꽃들중에서도 홀로 피고 홀로 지는

꽃들이 있다.  홀로 피어 오르는 꽃들이 있는 반면에 함께 피어나는 꽃들도 있다.

마치 , 인간처럼 함께 하는 것 처럼 . 서로를 의지하는 부부처럼 말이다.

 

“ ……. ”

 

아주 먼 옛날에 여우를 짝사랑한 사내가 있었어. 그 사내는 멀리서나마 그 여우를 바라만 보았지.

그의 손엔 꽃송이들이 여러 뭉치로 쥐어져 있었어. 아마 그 여우에게 선물하려던 것일거야.

하지만 사내는 그 여우에게 다가가지 못했어. 용기가 나질 않았거든.

그저 먼발치서 , 바라만 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어.

 

“ 후후 , ”

 

두 발로 물장구를 치며 행복해 하는 여우가 있었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았어.

여인은 행복한 듯 물장구를 치며 두 발을 동동 거렸지.

그녀의 모습은 마치  , 어린 소녀가 장난을 치는 듯한 모습이었어.

멀리서 그녀를 바라만 보는 그 남성의 얼굴엔 미소가 띄었지만 어째서인지 행복한 미소가 아니었어.

슬프디 슬픈 애달픈 미소랄까 . 

 

“ 또 , 그 여인을 보고 온거야 ? ”

 

“ …….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남성은 그저 멍하니 밤하늘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았어.

그의 얼굴엔 슬픔으로 가득했지. 처음부터 알았다면 마음을 주지 않을 터인데.

짝사랑이라는 것이 왜이리도 애달프고 힘든 것인지..이리도 힘들었다면 애초부터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을 하는 남성이었지. 

 

“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 ”

 

“ ……. ”

 

“ 나는 인간이고 , 그 여인은.. ”

 

여우 인것을..

 

“ 그냥 , 너의 진심을 전해보는 건 어때 ? ”

 

“ ……. ”

 

“ 차라리 이렇게 있느니 ,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너의 진심을 전해봐 . ”

 

남성은 여인의 말을 듣고서 , 자리에서 일어나 꽃다발을 들고서 달리기 시작했어.

거절당할지언정 ,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으니까.

더 늦기전에 후회로 남기전에 진심을 전하고 싶었지. 그래서 달리고 또 달렸어. 숨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오로지 그 여인을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달리었지.

 

“ 하아..하아..하아.. ”

 

툭 .. 

 

남성의 손에 쥐어진 꽃다발이 힘없이 땅바닥에 떨어졌지.

 

“ ……. ”

 

단오의 품에 안겨 있는 민결희 .

그랬다 , 남성이 짝사랑하고 있던 여인은 바로 민결희 였던 것이다.

말없이 민결희를 바라보는 남성 . 그녀는 행복한 듯 웃고 있었어.

 

“ 잘..웃네.. ”

 

만약 , 조금만 더 빨랐다면..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일찍이 진심을 전했다면 달라졌을까?

저 남성의 품이 아닌 내 품에 안겨 있을까 ? 라고 생각을 하는 남성이었지.

민결희가 행복해 한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걸로 위안을 삼을거다. 라고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는 남성이었지.

그런데 왜이리도 가슴이 아픈 것일까 . 왜이리도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

 

“ ……. ”

 

어째서 내가 아닌 저 남자일까 .

어째서 내가 아닌 저 남자를 선택한 것일까?

어째서 내가 아닌 저 남자를 품에 안은 것일까?

 

‘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 그걸로 되었습니다. 만족..합니다. ’

 

부디..행복하셔야 합니다. 그래야..제가..후회 하지 않을터이니.

 

단오와 민결희를 뒤로 한채 , 걸음을 옮기는 남성..

그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지. 돌아오는 그를 보며 여인이 물었지.

 

“ 전달하고 왔어? ”

 

“ 응 . ”

 

여인의 말에 남성은 고갤 끄덕였지.

 

“ 어땠어? ”

 

그 사람 마음속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더라고.

 

남성의 말에 여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어.

그저 말없이 그를 품에 안아주었지.

 

“ 괜찮아 , 그게..짝사랑이야. ”

 

“ ……. ”

 

많은 것을 바란게 아닌데. 큰 욕심도 바란것이 아닌데..그저 그 여인의 옆에만 있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 조차도 허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 여인과 나의 인연은 아니란 말인가.

왜일까..왜 허락조차 되질 않는것일까. 분명 , 그 남성도 평범한 인간일텐데.

가질 수만 있다면..무엇이라도 할텐데..

 

하지만..

 

 

 

 

 

 

 

“ 흐윽..서방..님..흐읍..으으.. ”

 

피를 흘리며 쓰러진 단오를 품에 안은 채 흐느껴 울고 있는 민결희 .

그리고 멀리서 그런 민결희를 바라보고 있는 남성.

다가가 품에 안고서 다독여 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심장. 하지만..그럴 수 없었지.

차마 , 용기조차 나질 않았으니까.

 

“ 어찌하여 , 저를..사랑하셨나요.. ”

 

‘ 왜 , 나는 그대를 사랑했을까.. ’

 

나는 어찌하여 , 그대를 사랑했을까 . 인간도 아닌 요괴인 그대를 왜 사랑했을까.

왜 짝사랑을 했을까 . 나에게 있어 그대는 무엇이기에 이리도 나를 아프게 한단 말이오.

어찌하여 , 그 사람이여만 했소..나는 그대에게 다가가면 안되는것이오?

 

터벅..터벅..

 

천천히 민결희에게로 다가는 남성.

그리고 그녀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보는 남성.

 

“ 나와 함께 갑시다 . 나와 함께..이곳을 떠납시다. ”

 

단오를 품에 안은 채 , 그를 올려다보는 민결희.

눈물을 흘리며 민결희는 그 남성에게 말했지.

 

“ 갈 수 없어요 . 전..이 사람을 놓고 갈 수 없어요. 저에게 있어 이 사람은 제 전부에요. ”

 

‘ 그렇게 말하지마. 제발..내가 무너지니까. ’

 

숨을 거둔 단오를 더욱이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으며 말했지.

 

“ 전 이사람을 기다릴거에요 , 언제라도..이 사람을 기다릴거에요. 그러니..저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어요. ”

 

‘ 제발..내 손을 잡아줘. 제발..나를 바라봐줘. ’

 

“ 미안해요 , 전..단오를 사랑해요.. "

 

끝내 , 나의 희망 마저 무너지고 말았지.

결국에..파국으로 치닫는 순간이었지.

나의 애정이..결국엔 애증으로..복수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지.

 

“ 그렇군 , 알겠소..부디..몸 조심하시오. ”

 

민결희를 뒤로 한 채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남성.

그리고 , 그의 발걸음..그대로 사냥꾼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지.

 

“ 뭐? , 그 여우가 살아 있다니.. ”

 

“ ……. ”

 

그리고 민결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사냥꾼들에게 말했지.

사냥꾼들은 곧장 , 민결희를 생포하고 죽일 무기들을 챙겨 그곳으로 향했지.

그리고 그들이 도착했을때에도 여전히 민결희는 도망치지 않은 채 단오를 품에 안은 채 주저 앉아 있었지.

 

“ 아직까지 살아있었느냐. ”

 

“ ……. ”

 

“ 참 , 너의 생명도 끈질기구나. ”

 

민결희는 단오를 품에 안은 채 , 피식 웃으며 말했지.

 

“ 죽여라 , 어차피 나의 반려가 죽은 이상..나조차 살아갈 희망이 없다. 죽여라.. ”

 

사냥꾼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성이 거대한 장검을 꺼내들며 말했지.

 

“ 걱정마라 ,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 ”

 

단오를 품에 더욱이 끌어안은 채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마음속으로 말했어.

 

‘ 기다리시어요 , 저도 곧 서방님 곁으로 따라갈 터이니. ’

 

사냥꾼의 검이 내려칠 때 , 남성이 그를 막아서며 말했어.

 

“ 잠시만 기다리시요! ”

 

“ !? ”

 

남성은 민결희를 보며 말했지 , 아니 소리치며 말했어.

 

“ 도망치시오! 당신의 반려와 함께 도망치시오. ”

 

“ 아..하지만… ”

 

“ 어서 ! ”

 

민결희는 그의 말에 , 단오를 데리고 서둘러 도망을 치기 시작했어.

하지만 사냥꾼들은 그녈 놓칠 생각이 없었지. 뒤이어 남성이 사냥꾼들의 앞을 막아서 말했어.

 

“ 이 , 이상..움직이지 마시오. ”

 

“ 네놈 , 무슨 생각이냐 ? ”

 

사냥꾼의 말에 피식 웃고서 말했지.

 

“ 그저 , 짝사랑이고 말해두지. ”

 

“ 한낱..쓸모없는 마음 때문인가.. ”

 

" 당신들의 눈엔 쓸모없는 마음일지라도 , 나에겐 진심어린 짝사랑이었소. 지켜주지 못할지라도..

이렇게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그걸로 족하오. "

 

서걱 !

 

자신들의 앞을 막아서는 남성을 베어버리는 사냥꾼.

 

털썩.. !

 

“ 커어..후회..하지..않아.. "

 

민결희가 도망친 곳을 응시하며 , 천천히 눈을 감는 남성.

숨이 거두어가면서도 그는 생각했지.

 

‘ 내가 바라보는 그대 , 내가 아닌 그대를 바라보는 그대 , 단 하루만이라도 내가 아닌..그대가 되고 싶다. ’

 

이것이 짝사랑일까? , 이것이..단 한사람만을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는 진실된 사랑일까?

애초부터 알았다면..일찍이 이 마음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을터인데.

너무나도 애달프고 애달픈 이 사랑..너무나도 힘들구나.

어찌하면..내 마음을 멈출 수 있을까. 어찌하면..내 진심을 조금이라도..그대가 알아줄까.

그대가 전부를 모른다 할지라도 이거 하나만..오직..이거 하나만..알아주시오.

 

‘ 내가 그대를..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

 

 

여우비 : 여우색시 - 08 짝사랑 번외 편 끝.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

7좋아요5
  1. 아아...짝사랑이였구나...
  2. 짝사랑이 젤 슬프죠...댓글 감사합니다 ^^

  3. 도망칠 때 저런 비밀이!!!
  4. 조금씩 조금씩 과거편도 보일 예정이에요~ 댓글 감사합니다!!

  5. 마지막 대사 눈물..ㅠㅠ
  6. 후후~ 막판 대사는 저도 쓰고나서 감동 했다는~ 댓글 감사합니다

  7. 어머어머...오늘도 진짜 재밌었어요...담편 기대하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