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창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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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거기 젊은 나그네
이 늦은 시간에 이 험준한 산 속을 넘어가려 하는가
어허 목숨이 아깝지 않은 청년 일세
자네는 그 이야기를 못들었는가.
이렇게 스산하고 보름달이 높게 뜬 밤이면 백의 귀 무리가
동쪽에 번쩍
서쪽에 번쩍
어느새 내 뒤를 쫓아오고
뒤를 돌아보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나니
벌써 비명횡사한 나그네가 수 명이요
넋을 잃은 자가 수 십이니
혼자갔다가는 변고를 당할께 뻔하니 우리와 함께 가시게나
저기 저 젊은 청년은 젊은 나이에 호랑이라 불린 생명체를 잡은 사내요
저기 저 늙은 수도승은 밤눈이 밝아 길잡이가 될테오
저 광대 무리는 이 어두운 거리를 밝게 비추어줄 등불이 되줄 터니
그 표정이 무엇인가
아 백의 귀 무리가 무엇이냐고
어허
이 젊은이 보세
이 산등성이를 넘어가려 하는데 백귀의 무리를 모르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게로군
내 직접 알려줄 터이니
두 귀를 쫑긋 열고
마음을 열고 들어보시게
아 본디 혼과 백은 같으면서도 다른것인데
그 중 요괴라 하는 것들은 살아있으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닌 것인데
이해를 벗어나고,
이치를 따지지 않으며,
살아있는 자를 우습게 여기며
죽은자도 이와 같이 여기니
이 얼마나 엄청난 위상이 아닌가
그 중 '산군' 이라 불리는 '귀'가 그 들의 수장이 되니
이 산군님으로 말씀드리면
마치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으며
검은 줄무늬와 누렇게 변해버린 가죽을 가지고 있고
두 발을 통해 걸어다니며 그 이빨은 마치 날카로운 검과 같을 지경이니
한 번 물면 머리가 뎅겅
두 번 물면 그 영혼마저 찢겨 산군님에게 먹혀 영원히 죽지 못하는 창귀가 되버리니
모두가
신령님 우리를 살려주십쇼
신령님 우리를 살려주십쇼.
하니 이 조차 우습게 여긴 산군님이 이 모두를 죽이고는
'너희가 믿는 신령은 이제 없으니 나를 따르지 않으면 모두를 죽이겠노라' 하고 쩌렁 쩌렁 거리며
이야기 하니
이 산의 모든 귀와 요괴들이 두려움에 떨며 산군님을 따르더라
이제 그 무리가 수 명에서 수 십, 수 백이 되었으니
그 위세가 엄청나
무릇 산 자가 혼자서 이 산 속을 헤메이게 되면 눈치 챌 세도 없이 그들의 무리에 빠져 도망칠 수 없게 되니
모두의 입에 그 위엄이 오르내리게 되어
이렇게 산 중턱에 다들 모여 여럿이 움직이게 되었다.
비롯 귀와 요괴 일지라도
불 앞에서 다가올 수 없을 것이니
모두가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을게요
그리하여 그 백귀의 무리를 백귀야행이라 부르니
그것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기괴한 탈이 하늘을 떠돌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허공에 불이 떠다니며
네 눈을 부라리며 걸어다니는 형체가 가장 앞에서니
오호라 저 분이 산군님이시라
어느덧 형제들이 모두 모였으니
우리도 서서히 움직이세나
창귀가 되어버린 저 청년도
흥을 돋구는 저 도깨비도
처녀의 시체를 파먹는 저 요괴도
모두가 다 같이 떠나세
그래
같이 떠나세